한마디로 놀랍다. 8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솔로 정규 앨범에서 수민은 즉각적 탄성을 자아내는 팝 감각을 보여준다. 세련의 극치를 달리는 사운드 디자인, 어느 한 곡 빠지지 않는 멜로디 흡인력, 알앤비 보컬과 시크한 랩을 유려하게 오가는 표현력까지! 앨범 전반에 팽팽하게 펼쳐진 텐션과 마지막 곡 ‘침몰’에 이르러 우아하게 이완되는 서사적 구성 또한 아름답다. 현실적 사랑을 스타일리시하게 그려내는 ‘LOVESONG’, 댄서블한 ‘그냥’의 그루브와 드라마틱한 감정 밀도의 ‘+82’ 등, 사실상 하나하나가 다 킬링 트랙이다. 웰메이드 팝의 문법을 우리말로 구현했다는 점도 탁월하다. 펑키한 리듬에 맞춰 “아름답게 식어가는 것/ 어쩌면 행운일지 몰라”(‘무표정’)라며 툭툭 내뱉는 노랫말에는 그만의 센스와 말맛이 넘친다. [dinnermode]는 완벽한 팝 앨범의 조건을 다 갖췄다. 놀라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앨범의 크레디트를 보라. 그는 작사, 작곡, 편곡, 연주를 모두 혼자서 해냈다. 수록곡 중 절반 이상은 믹스까지 스스로 했다. 싱어송라이터라고 모든 걸 다 혼자 할 필요는 없다. 모든 걸 혼자 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물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토록 매력적인 앨범을 혼자서 다 만들면, 그건 확실히 경이로운 일이다. 독보적 감각을 가진 아티스트가 강력한 올해의 앨범 후보를 내놨다.
제목이 디너인 게 앨범의 전부를 말한다. 아침도 점심도 아닌 저녁, 밝음보다 어둠 쪽으로 한 뼘 내려앉은, 그러나 그만큼 짙고 풍성해진 시간대. 20대의 매운 텐션은 이제 곧장 터지지 않고 소주 혹은 위스키 한 잔에 삭아, '그냥'처럼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중간의 온도로 익어 있다. 화성과 사운드는 여전히 감탄스럽고, 그 속에서 보이는 시도들엔 매번 놀라게 된다. 그럼에도 [dinnermode]는 완전히 새로운 도약이라기보다 지금껏 걸어온 좋은 것들을 한 상에 잘 차려낸 종합선물세트에 가깝고, 1집이 보여준 생애 한 번의 섬광은 이 성숙의 자리에서 다시 오지 않는다. 다만 그 대신 이 앨범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 위로 치닫던 희열이 '심연'에 이르러 조용히 아래로 내려가는 것처럼, 트렌드를 좇아 젊어지려 애쓰는 대신 나이듦을 받아들여 안으로 깊어지는 쪽을 택한 것. 1집이 고춧가루의 날선 매움이었다면, 이번은 매우면서도 구수하고 감칠맛 도는 고추장의 깊이다. 그 담담한 발효가, 오래 두고 곱씹을수록 맛이 드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