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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나는 재즈를 부르고 싶었다

강민혁 · 2023. 11. 20.

막연한 꿈이 있었다.
직업과 무관한 그 천둥벌거숭이 녀석은,
게으른 나를 기어이 마이크 앞으로
피아노 앞으로 끌고 갔다.
나는 재즈를 부르고 싶었다.

왜 하필 재즈였을까.
사실 애초에 클래식 지휘를 전공할 때도,
군 전역 후에 보컬로 전과를 하며
재즈에 빠졌을 때도,
별다른 이유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My Funny Valentine' 을 부른 쳇 베이커의
섹시함에 빠져 한참을 따라 불렀다.
내 목소리랑 퍽 어울린다고 스스로 취해서
열심히 부른 그 노래는,
때때로 하던 지역 카페 공연에서
내내 얌전히 앉아있던 외국인 할아버지로부터 "good voice"라는 기분 좋은 언사를 듣게 했다.

재즈발라드에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겨
첫 실기곡으로 불렀던
Someone To Watch Over Me
- 발라드 편곡 버전이었다 - 는
연습실에서 유일하게
나만 재즈를 부르고 있을 때
(당시 보컬전공 중 재즈를 연습하는 이가 나 뿐이었다)
문득문득 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A+라는 결과로 잠재워주었다.

주앙 질베르토는 나에게 정말 특별한 뮤지션이다.
이름 모를 어떤 소녀 혹은 여인을 떠올리며 가본 적 없는
이파네마 해변에 한참이나 같이 빠져있게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기어이 학회장까지 맡으며 심취해있던 나의 작은 재즈 세상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자퇴라는 결말로 막을 내리는 듯 했지만
나의 플레이리스트 속에, 그리고 내가 일하고 있는 이 바닥에서 여전히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지금 노래를 부르는 일을 하지 않지만, 술에 취해 3차로 노래방을 가서라도
마이클 부블레 특유의 표정을 따라하며 끝끝내 'All Of Me'를 부르고야 만다!

뭔가 하나에 빠져 깊고 오래 헤엄쳐 본 적 없던 나에게 재즈라는 바다는 너무나 넓은 바다였고,
때로는 물을 먹고, 높은 파도에 좌절도 했지만
그럼에도 어설픈 리듬과 자유를 빙자한 난해한 스캣을 마다 않고 반겨주었다.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나에게 묻는다.
평상시 졸린 눈을 하다가도 왜 재즈 얘기만 하면 반짝반짝 빛나느냐고.
심드렁하게 앉아있던 녀석이 왜 재즈 얘기만 나오면 끼고 싶어 안달이냐고. ​

나는 고민 없이 대답한다.
"그냥 좋으니까!"

강민혁 / 롱플레이뮤직 매니지먼트 실장
기형도의 시 '질투는 나의 힘!'을 좋아합니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 버즈, 가호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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