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를 소개합니다
임동엽 · 2024. 4. 30.

나의 음악 감상에도 유행이 있다. 진학과 취업처럼 삶의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이유가 없는 경우도 많다. 깨닫고 보니 계속 다른 노래로 옮겨 다니는 여행자 스타일이었으니 나 자신에게도 당황스러운 일이다. 학교 밴드부에서 활동했을 때는 록을, 군악대에서 복무했을 때는 클래식을 많이 찾았다. 주로 악기 연습을 하면서 접했던 필요조건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지만 반대로 정말 그 음악 자체가 좋아서 한 곡만 일주일 내내 듣고 다녔던 적도 있다. 그런 현상을 처음 일으킨 첫 번째 타자가 바로 밴 모리슨(Van Morrison)의 ‘Dweller on the threshold’다.
곡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는 않았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대중음악 웹진 이즘의 선배를 통해 알게 됐지만 처음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 선명하게 튀어나온 하이햇 소리가 너무나도 거슬렸다. 음향을 전공했기에 더 예민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건 그럼에도 이 노래가 계속해서 떠올랐다는 점이다. 한 곡만 지겹도록 들으며 음악 중독에 빠졌던 이 사건을 계기로 톰 페티(Tom Petty)의 ‘Free fallin’’과 김장훈의 ‘가난한 날이 노래가 되어’라는 후속타가 터지면서 요즘엔 새로운 감상 방식을 만들었다.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언뜻 뻔한 얘기 같아도 진지하게 생각해서 작업해 본 적은 없다. 위와 같은 노래들을 넣고 빼면서(빼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현재는 41곡, 3시간 8분을 채웠다. 음악 일기장 같아 숨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미 3곡이나 언급했으니 38곡이 남았다. 진짜 일기도 아니고 부끄러울 것도 없으니 이번 기회에 몇 곡 더 소개해 볼까 한다. 지금 하는 개인 차원의 음악 홍보를 빌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유추해 보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MP3 플레이어가 생기면서 음악 감상이 취미가 되기 시작했다. 중학교 무렵, 나는 아직도 내가 왜 외국 음악에 빠졌는지 도통 모르겠다.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뮤지션은 이글스(Eagles)였다. 밴드의 노래는 웬만하면 다 좋아하지만 나의 최애는 ‘The sad cafe’다. 있어 보이게 표현하자면 노스탤지어를 자아내는(나에게는 청소년 시절이겠지) 건반 사운드와 감미로운 보컬 선율,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데이비드 샌본의 색소폰 솔로까지 정말이지 안 좋아할 수가 없다.
굉장히 대중적인 노래도 좋아하지만 개성있고 독특한 노래도 좋아한다. 극과 극에 있는 노래들을 다양하게 아우른다는 느낌보다는 정말 극과 극에 있는 노래들만을 듣는 것 같다. 앞서 거장을 소개했으니 이번엔 미국의 인디밴드를 하나 소개하고 싶다. 뮤트매스(Mutemath), 현재는 모든 멤버가 나가서 솔로 프로젝트가 돼 버린 아픈 손가락 같은 뮤지션이다. 이들의 노래(밴드 시절에 나온 노래니까) 중에는 ‘Armistice’를 들어 봤으면 좋겠다. 곡 후반부에 급변하는 파트가 별미다. 사실 평소에는 말이 많은 편이라 음악에세이가 금방하고 뚝딱 써질 줄 알았건만, 나는 서술형이 아니라 드립형이었다는 걸 까먹었다. 글은 대충 빨리 읽고 음악을 들어보자.
임동엽 / 이즘 에디터
이즘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색소폰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전업으로 삼은 적은 없지만 멀리 떠난 적도 없기에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