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어떤 단어입니까, 어떤 음악입니까
최영은 · 2023. 11. 3.
오래전부터 나는 상대의 말소리보단 숨소리를,
칭찬보다는 입가의 웃음 같은 묵음의 언어가 좋았다.
가족이나 지인들의 표정과 말에서 나오는 습관을 보는 게 재밌었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하는 쪽보다는 편지를 쓰거나, 선물하는 방법으로 마음을 표현했던 것 같다.
음악은 나의 주된 소통방법 중 하나였다.
차를 타고가다가 엄마와 말다툼을 한 적이 있었는데,
화해를 하고 싶어서 우물쭈물 거리다 내가 좋아하는 곡을 몇 곡 틀며 용서를 구하는 방법을 쓰거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고싶다는 말 대신 나만의 자장가를 선물해준 적이 있다.
Canopee – Polo & Pan
때로는 어떤 말보다 음악으로 내가 나를 알아차릴 때가 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초라해보이던 어느 날
이 노래를 듣고 잘나가는 도시여자가 된 것 마냥
혼자 우쭐대며 집에 걸어가던 기억이 난다.
Unfinished Tango – The Shanghai Restoration Project & Zhang Le
비단 위에서 마시는 위스키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 음악이 있다.
중국어를 알지 못해서 가사를 하나도 알지 못하는데다가,
중국 노래에 대한 지식이 없던 시절,
아름다운 중국어 탱고를 듣고 당장 친구에게 들어보라고 권유했던 기억이 난다.
Dawn Chorus - Thom Yorke
날이 추워지고 웅크려지는 계절이다.
지난 1년간 있었던 일들을 반추해보는 시간을 자주 보내고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왠지 내 뼛속 아래를 울리는 것 같은
톰 요크의 목소리를 들으며 혼자 시간을 보내곤 한다.
최영은 / 라디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