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여행, 그 순간의 음악
무화과 · 2024. 9. 8.

음악은 가끔 시간과 공간을 박제해 기억 속 깊은 곳에 절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상처를 남깁니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어느 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다시 그 곳으로 소환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젊은 날의 잊지 못할 추억 혹은 상처였을지 모를 그런 감정으로 말이죠.
라싸에서 모던락이라니….
티벳 조캉사원 주변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작은 여행자 카페 앞에 놓인 종이 박스에 담긴 복제 시디들 속에서 모리세이의 라이브 앨범을 만났습니다. 아마도 다른 여행자들이 떠날 때 남기고 간 음악이였을 것 같습니다. 그 시절은 mp3로 음악을 듣던 시절로, 노래 속에서도 나오는 워크맨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고, 시디플레이어도 사라지기 직전으로 아이팟이 나오기 시작했던 시기였습니다. 여행자들이 듣던 음악은 저마다 짊어진 고민들과 이상을 한 가득 품었던 젊은 청춘들이 길 위에 오르며 선택한 것이었죠. 고된 여행길에서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던 음악들이 많았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포탈라궁의 모습은 언제나 굳건한 성채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가 보면 어두컴컴한 미로 같은 공간들 사이에 켜켜이 쌓인 불경들과 불상들로 가득한 성스러운 종교적인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겉으로 봐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시절 일본 여행자들 중에는 여행으로 새까맣게 변한 얼굴에 일주일 정도 씻지 않아 떡진 머리에 현지인처럼 보이게 하고서 어디서 빌렸는지 궁금한 진홍색의 승려복을 입고서 조캉사원에 입장하려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우연하게 발견하는 개구멍이 아니라 당당하게 정문을 통해서 입장하려던 남다른 노력과 낭만이 있었습니다.
헤어짐과 만남의 시간들
여행자들의 밤은 항상 여행자들로 북적이지는 않습니다. 떠난 사람들의 빈 공간이 주는 쓸쓸함과 지독한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남은 사람의 밤은 다음날 새로운 도시의 설레임과 혼자 남은 밤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함께 공존합니다. 저 또한 운남성 대리시에서 중국 전통가옥 사합원을 개조해서 만든 여행자 숙소의 낮은 백열등 불빛 아래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유명한 여행지가 없는 작은 소도시에 도착할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숙소가 필요합니다. 지친 여행자는 열린 공간에서 함께 떠들며 시간을 보내다가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공간이 필요합니다. 해서 도미토리 보다는 작지만 침대 하나만 놓여있는 혼자만의 방에서 쉬는 것도 좋죠.
햇빛 쏟아지던 날들, 눈부신 프란츠 퍼디난드
베트남의 북쪽 도시 하노이의 여행자 숙소들이 모여있는 뒷골목 가판에서 프란츠 퍼디난드의 시디를 장착하고 새로운 도시의 탐험을 시작합니다. 이제는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캐리어가 배낭보다 더 편해져서 캐리어를 끌고서 여행을 떠나지만 몇 년 전까지는 큰 배낭을 메고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배낭여행자로 불렸고 실제 캐리어를 끌고서 여행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곳들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알려지지 않은 오지의 마을이 아니면 배낭을 매는 경우가 별로 없죠. 작금의 배낭은 낡은 아날로그와 같아졌습니다.
요즘은 베트남하면 누구나 쉽게 여행할 수 있는 쌀국수의 나라입니다. 하지만 예전엔 도시간 이동도 쉽지가 않고 외국인에게는 이중물가 정책을 사용하는 곳이 많아 현지인 메뉴판과 외국인 메뉴판 가격이 달랐습니다. 열악한 환경으로 아시아에서 여행하기 쉽지 않은 나라들 중 한 곳이였습니다. 하롱베이의 배 위에서, 그리고 도시와 도시를 건너는 오래되고 낡은 버스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힘든 시간을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여행 때 힘든 시간을 함께한 음악들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됩니다. 남쪽으로 내려가다 방콕에서 열리는 락페스티발 포스터를 우연히 봤습니다. '프란츠 퍼디난드'라는 이름을 봤을 때, 그 운명같은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무화과
한국에서 텃새로 살다가 장기 여행을 다니다 중국 윈난 시솽반나에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지금은 봄가을은 시솽반나, 여름겨울은 용인에서 보내는 철새입니다.
봄가을 서식지에서 보이차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