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이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이 명백하기에
송유진 · 2026. 1. 29.
하루에 딱 한 번 담배를 피운다. 엄밀히 말하면 출근하는 평일에만.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워밍업이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리추얼이라기에는 해로운 습관이다. 출근 전 흡연은 규칙적인 것이지만 내게 가장 비일상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담배를 피우며 5분간 들을 노래를 고른다. 나는 새삼스럽게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집중할 음악을 찾는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오랜 고민은 사치다.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는 날이면 습관처럼 찾아듣는 곡들이 있고 그 중 하나인 하임의 Summer Girl은 사계절 내내 듣는다.
앨범 구성상으로는 보너스 트랙이지만 Summer Girl은 이전과 달라진 밴드의 음악적 방향성을 보여주는, 2019년 여름 3집 수록곡 중 가장 처음 발표된 신곡이었다. 명백히 루 리드의 영향을 받은 이 곡은 아주 가벼운 드럼과 베이스 라인 위로 재즈풍의 색소폰이 말그대로 ‘들려온다’. 연주한다기보다 불고있다는 말에 가깝지만 너무나도 매력적인 브라스가 곡의 정체성을 완성시킨다. 하임이 LA의 여름을 발명한 건 아닐지, 그들이 만들어낸 여름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아닐지 하는 착각마저 든다.
리드 싱어인 다니엘 하임이 아픈 연인을 위해서 쓴 이 곡은 철저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투어 중 파트너의 암 진단 소식을 듣게 된 다니엘은 그에게 두 사람의 고향인 엘에이의 햇빛과 같은 summer girl이 되어주고 싶다며 노래한다. 그 말들은 위로라기보다 어떤 굳건한 선언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건 우리가 연습했던 지진 대피 훈련 같은 거야’ , ‘내 뒤가 아니라, 내 곁에서 나란히 걸어줘’ 라는 가사는 파트너가 겪는 고통과 공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끝까지 함께 헤쳐나갈 것이라는 스스로와 상대에 대한 약속이다. 이윽고 이어지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마치 터져 나오는 듯이 부르는 가사. ‘Feel my unconditional love.’ 나의 조건 없는 사랑을 느껴. 나는 이 가사가 나올 때 꼭 입말로 따라 부르고 뒤따르는 코러스를 흥얼거린다. 바닥에 깔린 둔탁한 비트 위 미니멀한 멜로디에 명백하고 절대적인 사랑의 힘이 서려있다. 변하지 않을 오래된 마법처럼.
이제 노래가 끝나간다. 나는 끈적한 오후의 LA 해변가를 빠져나와 빌딩풍이 휑휑 부는 상암의 사무실로 향한다. 색소폰 소리가 멀어지고, 시공간을 넘어선 비일상적 산책이 끝났다. 하지만 나는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이 명백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