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플레이리스트를 보내는 마음
황선정 · 2025. 1. 7.

대중음악 가사를 10년 정도 쓰다 보면, 때로는 타성에 젖은 가사가 나올 때가 있다. 소재가 고갈되는 건 일상이 되고, 설렘도 점점 덜해지며 때론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내 눈빛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는 일이 있다. 바로 플레이리스트를 짤 때다. 데모곡들로 지칠 때, 다른 음악을 들으며 환기하다 보면 새로 마음을 끄는 곡들이 생긴다. 그 곡들은 따로 플레이리스트로 모아두거나, 특정 주제로 정리하기도 한다. 나는 주로 주제별로 정리하는 편이다. 마음에 드는 가사나 앨범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한 번에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지금은 눈이 오는 날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와, 새해를 시작하며 듣기 좋은 음악을 채워가는 중이다.
새 앨범이 발표되는 6시가 되면 스트리밍 사이트에 들어가 곧바로 그 앨범을 추가해, 저장된 순서대로 가사를 보며 듣는 걸 즐긴다. 때로는 흐린 날씨 같은 특정 주제로도 리스트를 만든다. 오늘은 조용히 시작해 점점 구슬퍼지는 곡들로 리스트를 만들어보았다. 이런 리스트는 날씨와 감정을 한층 더 깊게 해준다.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곡 순서다. 시작을 조용히 열고 절정을 향해가는 구성이나, 처음부터 강렬한 밴드 사운드로 이어지는 식으로 주제와 분위기에 맞춰 곡의 흐름을 조율하는 과정이 큰 즐거움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애정하는 곡을 함께 듣는 일은 정말 특별하다. 특히 여행지에서 음악을 나누며 달리다 보면 그 감성이 배가 된다. 혼자 들을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스피커를 타고 퍼지고, 노래 한 곡 한 곡이 새롭게 빛난다. 그래서 누군가 좋아하는 노래를 물어볼 때면 마치 소중한 보물을 건네는 듯한 설렘이 느껴진다. 내가 사랑하는 노래가 낯선 언어로 되어 있다면, 그 순간은 더 특별하고 흥미롭다.
요즘도 친구들에게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선물하곤 한다. 거기에는 내 취향이 가득 담긴 곡들이 모여 있고, 함께 듣고 나누며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나는 시간이 참 좋다. 예전엔 데모테이프에 노래를 묶어 선물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 감성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멋지다.
이쯤에서 내가 이 글을 읽고 있는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플레이리스트이다.
김동률 - '새로운 시작'
다음 해 달력을 넘겨보며 꼭 찾아 듣게 되는 노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마치 두꺼운 책의 첫 표지를 넘기고 새 장을 펼쳐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김동률의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목소리와 박새별의 청아한 음색이 어우러져, 새해를 앞둔 설렘과 두려움을 다정하게 감싸주며 다독여주는 느낌이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새해를 앞두고 차분히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 속에서 느낀 작은 성취와 아쉬움을 다시 정리하고,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다짐을 새기게 되는 그런 노래다. 매년 흘러가는, 가끔은 그냥 흘려보낼 것 같은 새해의 순간조차도 소중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정준일 - '새겨울'
들을 때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 한구석이 저릿해지며 무언가 그리워지는 곡이다. 노래의 시작에서 겨울의 고요함이 스며든 듯한 음색과 함께, 쓸쓸함 속에서도 어딘가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이 느껴지는 이 곡은 듣다 보면 가슴 깊이 울림을 전해준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포근함과 어쩌면 잊고 있었던 감정들이 살며시 고개를 드는 듯해, 어느새 마음이 뭉클해지는 노래다.
태티서 - ‘I Like the Way’
앞서 두 곡이 겨울의 고요함과 깊은 감정을 담아내는 발라드라면, 이 곡은 크리스마스 시즌의 설렘을 가득 담고 있는 경쾌한 곡이다. 마치 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느낌이랄까? 반짝이는 조명들이 가득한 거리 한복판에 서 있는 기분이나, 뮤지컬 공연 속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전해준다. 귀에 맴도는 경쾌한 멜로디와 화사한 보컬이 어우러져,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함을 전해주는 곡이다. 태연의 크리스마스 앨범을 사랑하지만, 이 노래는 연말이면 늘 내 플레이리스트에 함께하며, 매번 들을 때마다 작은 행복을 선사하는 곡이다.
이렇게 내가 고른 곡들로 만든 플레이리스트를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때로는 그들이 만들어준 리스트를 들으며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는 기쁨을 느낀다. 플레이리스트를 선물하고 함께 새로운 곡을 발견하는 일은 언제나 소소하지만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새해에는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에게 따뜻한 메시지와 함께 당신만의 플레이리스트로 안부를 전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