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현 인터뷰
"좋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팀으로 남고 싶어요"
나상현 · 정민재 · 2023. 10. 5.
‘오늘날 인디 신을 대표하는 밴드’하면 자연스레 몇 팀이 떠오른다. 나상현씨밴드도 그 중 하나. 2014년에 데뷔해 어느 덧 결성 10주년을 눈앞에 둔 이들은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무드, 경쾌하고 캐치한 음악으로 빠르게 존재감을 획득했다. 음원을 능가하는 생기발랄한 라이브로 올해 웬만한 페스티벌을 모두 섭렵하기도 했다.
팀명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는 나상현은 다재다능한 프론트맨이다. 작사, 작곡은 물론 편곡까지 전담하며 개성 강한 음색과 안정적인 가창으로 밴드에 색깔을 부여한다. 트위치,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에서 타고난 입담과 예능감을 발휘하는가 하면, 솔로로 곡을 발표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기도 한다. 다방면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지난 9월에 나상현씨밴드가 처음으로 해외 공연을 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공연이었는데 소감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외국 공연이 아예 처음이다 보니 반응이 가늠이 안 되어서 좀 긴장됐어요. 근데 생각보다 잘 즐기셔서 하면서 신기했죠. 한국에서 공연을 하면 어느 정도 저희 곡을 즐기는 방식이 정해져 있거든요. 이 부분에서는 떼창을 하고 이 부분에서는 반응을 하고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외국 분들은 저희 음악이 처음이라 저희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엄청 신나게 즐기고, 한국이었다면 반응이 터졌을 부분에서 잔잔하게 감상하고. 그런 부분이 재밌었어요.
현지 관객의 반응은 어땠나요?
공연 끝나고 사인회처럼 관객과 직접 만나서 인사도 나눴는데, ‘어메이징 쇼’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어떤 분은 저희가 불렀던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OST ‘주인공’이 자기 인생곡이라고, 들으면서 ‘크라이’했다고 하셔서 신기하고 감사했죠.
국내에서도 올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부산 록 페스티벌을 비롯해 많은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습니다. 기분이 어떠셨어요?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게 예전부터 꿈꾼 로망 같은 거다 보니까 매번 하면서도 현실감이 잘 안 들긴 해요. 펜타포트는 올해가 처음이었는데 설레고 긴장되고 미치겠더라고요. 신기하기도 했어요. 저는 중, 고등학교 때부터 인디 신을 보면서 자라서 로망이 인디 신에 맞춰져 있었거든요. 헬로 루키에서 상을 받고 스페이스 공감에 나가고 페스티벌 무대에도 서고... 학창 시절에 꿨던 일차적인 꿈이 이뤄져서 행복해요.
지난여름에 EP 앨범 [축제]를 발표하고 전국 클럽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서 대구, 부산, 전주를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이었죠.
정말 기억에 많이 남아요. [여름빛] 투어라고 하는데, 이게 작년 여름에 처음하고 올해가 두 번째였거든요. 오시는 분들 중에 여름을 이 공연과 투어로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자연스럽게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추억을 쌓는 기분이에요. 나상현씨밴드가 활동하면서 1년 중 가장 의미가 큰 행사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투어를 하다 보면 각 지역마다 에피소드가 생기는데, 그런 거 하나하나가 좋은 추억이에요. 관객분들도 비슷하게 생각하고요. 이러한 경험의 여운이 너무 커서 이거를 주제로 ‘FILM’이란 곡을 만들기도 했어요. ‘돌아갈 수 없다고 해도 그 시간은 계속 남는다’는 내용이었는데요, 클럽 투어 헌정곡이었어요. 그만큼 소중한 기억입니다.

지난 9월 23일과 24일에는 처음으로 솔로 공연을 열었습니다. 공연은 어땠나요?
솔로 공연은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됐어요. 나상현씨밴드 공연과는 차별점을 두자는 마음으로 제가 솔로로 작업한 곡들을 모아서 저만의 공연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공연에서 할 만한 곡 수가 좀 한정적이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더 콘텐츠를 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 스토리가 생기고, 내레이션이 생기고 제가 콩트도 하고 그랬어요. (웃음) 그래도 나름대로 다들 잘 즐기고 가신 것 같아요.
바쁜 와중에 솔로 공연까지 준비하고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전에 제 유튜브에서 ‘영감 어딨소’라는 콘텐츠를 하면서 마지막 회를 게릴라 콘서트처럼 했거든요. 그때 해보니 솔로 공연은 밴드와 다른 나름의 재미도 있고 분위기가 있어서 한 번쯤 다시 하고 싶다 생각했어요. 밴드 공연과 달리 연극적인 요소도 담고 하다 보니 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서 재밌겠다는 마음으로 하게 됐죠.
솔로 앨범은 2020년에 낸 EP [스마일]이 마지막이죠. 공연에서 미공개 솔로 곡을 여러 곡 불렀다고 들었는데, 솔로 앨범 발매 계획은 없나요?
언젠가 내긴 내야지 생각은 하는데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어요.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솔로 앨범을 낼 거면 싱글보단 앨범 단위의 통일된 색깔을 가진 작업물을 내고 싶어서 고민 중이에요. 나상현씨밴드에서 하기 애매하거나 팀 색깔과는 안 맞는 것들을 솔로에서 자유롭게 하는 편이거든요. 그런 열망이 어느 정도 있으니까 결국 언젠가는 내지 않을까 하는 거죠.
한 팬의 후기를 보니 나상현씨밴드의 음악과 나상현 씨의 솔로 음악을 이렇게 표현했더군요. 나상현씨밴드의 음악은 ‘힘든 세상을 우리와 함께 이겨내자!’, 나상현 솔로는 ‘힘든 세상이지만... 그래도 살아가야지!’
일단 밴드에서 하는 음악은 확실히 좀 더 힘을 주자는 느낌이 있어요. 제 기준으로는 좀 더 공적인 느낌으로 작업하는 거랄까요. 반면 개인 작업물은 개인적으로 프라이빗하게 하고 싶은 작업을 하는데, 그러다 보니 ‘힘을 내자’까지 안 가고 그냥 ‘힘들다’ 하는 거예요. 툭툭 생각나는 대로 가사를 써 내려간 건데 결과물이 전체적으로 좀 무기력하고 냉소적이라서 저도 놀라긴 했어요.
나상현씨밴드와 나상현 씨의 솔로 음악에 그런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따듯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따뜻함의 근원은 뭘까 궁금하네요.
저도 지금 한 번 고민해 봐야겠는데요. (웃음) 따뜻함의 근원이라... 결국 제 성정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요? 제가 따뜻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고요, 기본적으로 제게 그런 게 좀 있어요. 예를 들어 친구들하고 얘기를 하거나 술자리를 해도 보통 제가 힘든 얘기를 잘 안 해요. 너무 힘들어서 이건 얘기를 해야 풀리겠다 싶은 정도가 아니면 안 하죠. 제 마음의 짐을 친구에게 그대로 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 평소 생각이 음악에도 나타나는 거 아닐까요?

올해 [더 시즌즈], [불후의 명곡] 등 방송 출연도 늘었죠.
방송은 아직도 적응 중인 것 같아요. 일상적으로 출연하는 수준은 아니다 보니 갈 때마다 긴장하죠. 방송국 특유의 공기가 있는데 그게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빨리 익숙해지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트위치 같은 인터넷 방송을 워낙 잘하니까 텔레비전 방송도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군요.
트위치 방송용 자아와 공중파 방송용 자아는 완전히 분리되는 느낌이 있어요. 제가 공중파에 나가서 트위치처럼 ‘무대가 지리우스’ 이러면 안 되잖아요. (웃음) 약간 새로운 신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에요. 방송 분위기를 파악하면서 이게 어떻게 진행되는구나 배우고 있죠.
트위치와 유튜브에서 하고 있는 콘텐츠는 본인의 기획과 아이디어인가요?
그렇죠. 트위치는 정말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유튜브에서 하는 것들도 제가 기획하고 회사 분들과 같이 회의하면서 만드는 것들이에요. 지금은 트위치에서 한 방송을 편집해서 올리는 것 위주로 하고 있지만요.
감히 말하자면 인디에서 침착맨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상현 씨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걸 바라고 있어요. (웃음) 약간 진지하게 스트리머도 본업으로 잘하면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때 했는데, 요즘은 밴드 활동도 바쁘고 아직까진 스트리머로서 부족한 게 있어서 일단 보류 상태죠.
트위치에서 음악 콘텐츠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근데 트위치에서 음악을 하고 싶진 않아요. 음악은 어쨌든 본업이니까 항상 잘해야 한다,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트위치는 제가 부담 없이 하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 라디오 같은 데를 가도 토크는 편하게 하는데, 라이브를 해야 한다고 하면 그때부턴 심장이 마구 뛰어요. 마음가짐이 다른 거죠.
본인의 유튜브 채널 [나상나상나상현]에서 한창 진행했던 콘텐츠가 아까 얘기한 ‘영감 어딨소?’ 입니다. 곡의 영감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체험도 하고 갖은 노력을 하는 내용이잖아요. 결국 찾고 싶었던 영감을 찾았는지 궁금하네요.
직접적으로 바로 찾은 건 아니에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긴 했는데, 이 경험이 언젠가 곡으로 쓰이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인디 신에서 이렇게 인디 아티스트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는 예능 콘텐츠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많이 했어요. ‘영감 어딨소?’의 한 시즌이 그렇게 많은 화는 아니었지만 한 시즌 동안 제가 주변에 소개하고 싶은 인디 신 종사자들과 함께했다는 것 자체에서 제 나름대로 의의는 찾았어요.
나상현씨밴드의 데뷔가 2014년입니다. 멤버 강현웅 씨, 백승렬 씨와 1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추고 있어요. 오랜 기간 함께한 세 분의 호흡은 어떤지, 평소 각자의 역할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승렬 형은 오디오 쪽으로, 그리고 디자인 관련할 때 어느 정도 권한을 가져가는 편이에요. 저는 음악 및 유튜브 자체 콘텐츠를 한다든지 이런 쪽의 기획과 제작을 맡고 있고, 현웅이는 전체적인 방향성을 잡고 피드백을 주면서 어떻게 가는 게 맞겠냐 이런 역할을 하죠. 저희는 100% 만장일치제로 팀을 운영해서 어떤 사안이 통과가 되려면 어떻게든 설득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완벽한 의견 일치가 쉽지는 않을 텐데요.
음악은 저희가 다 같이 재밌어서 시작한 일이거든요. 물론 욕심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요. 그래서 서로 합의를 하면서 가는 게 매번 필요한 것 같아요. 각자 어느 정도 납득하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만족하면서 가야 또 재미있는 거니까요.
조율이 안 되는 부분은 개인 작업물로 해소하는 건가요?
그런 경우도 있죠. 근데 보통은 제가 생각하는 밴드로서의 곡을 작업해서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피칭하는 느낌이에요. 그럼 이제 두 명이 이런 건 좋고, 이런 건 좀 애매한 것 같은데 하면서 작업하는 거죠. 두 분의 컨펌을 받는 형태랄까요.

세 멤버 중 나상현 씨만 유일하게 전업 음악인입니다. 작사, 작곡, 편곡도 도맡아서 하고 있고요. 음악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겠어요.
굉장히 많죠. 작업에서 가장 오래 걸리는 게 실질적으로 곡을 만드는 시간보다 방향성을 정하는 거더라고요. 어떤 사운드나 장르, 느낌으로 갈지, 지금 시점에서 뭐가 좋을지. 이런 부분을 매번 고민하니까 그런 고민이 가장 많아요. 좋은 앨범을 내는 것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동시대성을 많이 가져가고 싶은 생각도 있거든요. 지금 음악들과 일정 부분 닿아 있는, 공감받을 만한 곡들 만들고 싶으니까 매번 새로 나오는 음악을 모니터 하면서 고민해요.
음악을 하고 싶었던 어린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 자신의 음악에 어느 정도 만족하나요?
그 시점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달라요. 예를 들어 중학교 때 저는 메탈, 프로그레시브한 것들을 하고 싶었거든요. 드림 시어터 같은 음악이요. 그래서 어쩌다 중학교 때 제가 지금 제 음악을 들으면 외면할 수도 있겠다 생각해요. (웃음) 지금 제가 만들고 발표하는 곡들은 다 기본적으로 지금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곡들이에요.
10주년을 눈앞에 둔 나상현씨밴드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소감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되게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하다 보니까 기회가 생겨서 또 하다 보니까 다른 기회도 생기고... 그게 이어져서 지금까지 온 느낌이거든요. 물론 중간중간 곡도 열심히 쓰고 고민도 많았지만요.
그렇다면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요즘 저희가 예전에 비해 더 바쁘게 살면서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이런 식으로 계속 열심히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는 팀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좋은 앨범도 내고요. 중, 고등학교 때 ‘한국 대중음악 명반’ 리스트에 나도 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렇게까지 안 되더라도 사람들이 좋은 음악으로 기억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만들고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팀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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