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굳세어라 마이너 인생
정연경 · 2026. 1. 29.
내 취향은 정말 마이너할까?
본 에세이는 이와 같은 물음에서 출발한다. 일단 플레이리스트에 최근 추가한 노래부터 살펴보자. 매그놀리아 크로스의 ‘jane doe’, 그레고리 딜런 & 프루티거 딜런의 ‘Widnows98’. 전자는 슈게이징 스타일의 인디 팝이고 후자는 1990년대가 약속한 희망적인 미래를 복기하는 레트로 댄스팝이다.
두 곡은 확실히 메인스트림이 아니다. 여기서 변명을 하나 하자면, 이 노래들은 내가 특정 장르나 스타일을 파고 들기 위해 디깅한 노래들이 결코 아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번갈아가며 밈과 웃긴 영상들을 4시간 정도 시청하다보면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은 노래가 한 두곡 뜨곤 한다. 그렇다. 내 피드에 아티스트의 프로모션 콘텐츠가 떴을 뿐이고 그 배경음악이 우연히 또 좋았을 뿐이다.
물론! 슈게이징과 인디팝, 전자음악을 좋아하긴 한다. 귀가 터질듯 기타가 꽥꽥대는 음울한 연주와 나같은 찐따도 몸을 흔들게 만드는 신나는 비트를 좋아한다. 유명한 노래에 빗대보자면 앨리스 인 체인의 ‘Nutshell’을 들으며 자기연민에 취해도 보고, 모비의 ‘bodyrock’을 들으며 잠시 해방감을 맛보기도 한다. 아, 정말 싫은 나의 모습이다.
나는 찐따다. 중2병이 완치되지 않은 채 30대가 되어서는 적당히 기능하는 사회인을 연기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 연기가 오래되다보니 이제는 정말로 제법 안정형 인간이 된 것 같다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내 취향이다. 특히 음악에서만큼은 이 중2병스러움이 슬금슬금 올라오다 못해 폭발한다. 다시 최근 추가한 노래들로 돌아가서, 근래 가장 마음에 들었던 앨범이라 하면 홀리데이스 인 유나이티드 스테이츠라는 너드, 찐따 3인조 이모펑크 밴드의 < This is my second rodeo >라는 작품이다.
이 앨범이 어떤 느낌이냐 하면, 파라모어의 데뷔 앨범 < All we know is falling >을 생각하면 된다. 아니, 녹음 상태는 그 보다도 더 최악이다. 두 밴드 모두 발군의 멜로디 메이킹 능력을 보유했는데, 홀리데이스의 ‘Sorry Ladies… I’m Retired’라는 곡을 들어보라. 미드웨스트 이모 풍의 기타 연주이긴 하지만, 코드는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반복적이고 캐치하기까지 하다. ‘RIP J. Mascis’는 어떠한가. 마칭밴드 연주로 시작해서 후반부엔 70년대 영국 펑크처럼 마구잡이로 달리기까지 한다. 그래, 한 마디로 찐따들의 ‘말달리자’인 거다.
잠시 딴길로 샜는데, 그러니까 요는. 나는 생각보다 그렇게 마이너한 취향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마이너한 장르에 끌리는 건 맞다. 아웃사이더의 운명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나는 마이너 속에서 메이저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애초에 나의 취향은 에이브릴 라빈의 < Let go >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멜로디가 좋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몸이란 말이다. 그렇기에 너바나보단 펄 잼을, 찰리 XCX의 < brat > 보단 < CRASH > 앨범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다만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아티스트와 노래를 좋아한다. 설령 그 솔직함이 내 착각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펄 잼은 사회를 향한 통렬한 비판을 분노라는 감정으로 드러냈고, 찰리 XCX는 < CRASH >에서 애틀란틱을 대놓고 엿먹였다. 소수의 뮤지션을 제외하면 이런 아티스트들이 선택하는 장르 대다수는 메인스트림이 아니다. 대중의 즐거움을 위해 노래하는 데 송라이팅의 목적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찰리 XCX의 뿌리는 사실 얼터너티브 팝에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지 않은가. 그런지 록 역시 주류 팝메탈을 비판하기 위해 나온 대안적 음악이었다.
좋게 말하면 반골 기질, 나쁘게 말하면 사회성 부족으로 세상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나를 다독여주었던 노래들은 다 조금씩 어딘가 이상했다. 비트를 비틀어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거나, 목소리를 까뒤집고 괴성을 지르거나, 부러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거나. 그렇지만 동시에 듣기 쉬운 멜로디로 듣는 이를 계속 곁에 묶어 두는 것 또한 잊지 않는 아티스트들이 있다. 찰리 XCX, 그라임스, 이모전 힙, 포터 로빈슨…
이들은 괴짜 음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뮤지션이 되었다. 괴상하지만, 솔직하고 아름다운 음악으로 INFP형 찐따들을 꾀는 사람들. 비자발적 아싸들을 세상으로 꾀어내는 음악은 언제나 내 취향의 한 축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에세이를 적어내려가다 보니 인정할 수 밖에 없겠다. 내 취향이 어쩌면 비주류일수도 있겠구나. 그러면서 또 문득 드는 생각은,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혼자만의 세계에서 한 걸음 내딛어 어떻게든 부대끼며 세상과 부딪치려하듯, 요상한 음악에서나마 사람들과의 접점을 찾으려 하는 나에게는 오로지 칭찬과 박수만을 허락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내 최애 가수는 무려 팝스타 레이디 가가였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