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 찬 컴백 앨범이라기보단 문화 사절이 되기 위해 안간힘 쓰는 앨범처럼 들린다. 이들이 이미 그 자체로 문화 사절이란 점을 생각하면 의아한 결과물이다. 의식적으로 아리랑을 삽입하고 한국과 관련한 단어를 내뱉을수록 선전물처럼 느껴지는 아이러니. 몇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아이코닉한 존재라고 아리랑 떼창을 유도하는 건 지나치게 일차원적 발상 아닌가. 이미 사라진 국보 번호까지 강제 부활시키면서 리드 싱글 과반 분량의 타종 소리를 넣은 건? 무엇보다 억지 국뽕 연출의 상당수가 프로듀서의 입김이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현 상황이 촌극이란 걸 부정할 수 없다. 불순한 거품을 걷어내고 최대한 음악에만 집중해 들어보자. 결코 나쁜 앨범은 아니다. ‘No.29’를 기준으로 다채로운 사운드와 리듬이 주는 음악적 재미는 전반부에, 진솔하고 인간적인 메시지의 재미는 후반부에 두드러진다. 특히 포문을 여는 ‘Body to Body’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고집스레 갖다 붙인 아리랑이 이질적이긴 해도 충분히 훌륭한 오프너다. 임팩트보단 스테디를 택한 ‘SWIM’은 들을수록 진가가 드러나는 웰메이드 트랙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곡 몇 개가 앨범의 응집력까지 담보하진 않는다. [ARIRANG]은 너무 많은 이들의 욕심으로 길을 잃은 작품이다. 아주 방탄적이지도, 그렇다고 특별히 한국적이지도 않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애매하게 맴도는 모양새다. 그간의 회포와 의욕을 속 시원히 풀어내는 복귀작을 기대했건만. 속이 훤한 노림수들이 앨범을 자꾸만 혼탁하게 만든다.
앨범을 몇 차례 감상한 뒤 드는 생각은, “왜 타이틀이 ‘ARIRANG’인가”라는 것이었다. 단지 ‘Body to Body’ 끝자락에 민요를 붙여넣었다는 것만으로 설득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중모리’, ‘김구 선생님’ 같은 단어들만 나열하면 자연스레 한국적인 무언가가 만들어 질 것이라 생각했던 걸까. 너무나도 일차원적인 로컬리티 이식이 오히려 그룹의 갈 길마저 잃게 만드는 듯한 인상이 들었다. 더불어 특정 장르와 멤버에게 포커스가 쏠려 있는 탓에 팀으로서의 시너지 역시 감지하기 어려웠다. 세대를 벗어나 ‘삶’에 대한 보편적인 고민을 다룬 타이틀 ‘SWIM’은 ‘지금 자신들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꽤나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긴 했으나, 음악적으로는 반대로 많은 이들에게 어필했던 파퓰러한 측면을 상당부분 배제한 탓에 접근성의 문턱은 더욱 높아진 느낌이 들었다. 힙합 기조의 전반부보다는 보다 보컬라인이 강조됨과 동시에 KPOP의 요소가 도드라지는 ‘Like Animals’, ‘One More Night’과 같은 곡들이 배치된 후반부가 오히려 더 매력적이었다는 인상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미 BTS라는 이름을 멤버들이 컨트롤할 수 없게 된 시점부터 예상된 결과이지 않았나 싶다. 주체적 애티튜드 기반의 서사가 강점이었던 그들에게 있어, 본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도권을 빼앗긴 그 상황이 지금의 결과에 대한 예고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이름이 음악보다 커져버린 순간, 음악이 더 이상 음악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순간, 앨범은 이미 다른 무언가가 되어버렸다.